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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뉴스’ 시대, 앵커난에 허덕이는 미국 케이블TV 뉴스

JTBC 한정훈 기자 news@incable.co.kr

기사승인 2022.08.27  17: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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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이블TV 시장에선 최근 CNN의 미디어&정치 비평 프로그램 ‘릴라이어블 소스(Reliable Source)’의 폐지소식이 충격적이었다. 1993년부터 30년을 이어온 이 프로그램은 8월 21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브라이언 스텔터(Brian Stelter)도 CNN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폐지된 CNN ‘릴라이어블 소스’(진행자 브라이언 스텔터)

 

‘릴라이어블 소스’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직 시절, 정치 평론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트럼프 행정부를 감싸고 도는 폭스 뉴스(Fox News)를 공격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CNN과 뉴욕타임스에 대한 비난을 다루면서 ‘미디어가 아닌 정치 미디어’에 대한 논의를 주로 이어갔다.

CNN Reliable Source

이에 이번 프로그램 폐지가 경비 절감 차원이라기 보다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의 모회사 워너미디어가 디스커버리(Discovery)에 인수된 4월 이후 CNN을 좌파 뉴스에서 ‘팩트 뉴스’. ‘현장 뉴스’ 중립 뉴스로 바꾸려는 경영진의 의도가 담겼다는 이야기다. 진보 관점에 연일 뉴스를 평가하던 ‘릴라이어블 소스’가 불편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말이다.

[트럼프가 남긴 상처, 중립적 앵커]

CNN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스트리밍 시대, 미국 케이블TV뉴스가 고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자신들만의 색깔로 시청자들을 이끌어왔던 유명 앵커들이 물러나고 시청률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또 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미국 케이블TV 뉴스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의 대주주 존 말론(John Malon)은 노골적으로 “CNN이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중도 뉴스(Centrist personalities)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말론 (우측)

물론 유튜브 시대, 회의론자들은 더이상 중립 뉴스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NBC유명 앵커였던 브라이언 윌리엄스(Brian Williams), 폭스뉴스(지금 CNN으로 이직)의 크리스 월래스(Chris Wallace), CNN 전 앵커 크리스 쿠오모(Chris Cuomo) 등은 모두 특정 진영에 더 많은 지지세가 있었다.

미국 주요 케이블TV뉴스 9시 뉴스 시청률

 

그러나 트럼프 시절, 지나친 편향성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은 방송사들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자기 색깔이 뚜렷한 앵커가 아닌, 팩트 뉴스를 끌어줄 진행자가 필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기존 앵커들을 대체할 새로운 앵커를 찾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는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CNN, 폭스 뉴스, MSNBC 등의 2022년 5월~7월 시청률이 전년 대비 대부분 하락했다. 폭스가 5월에 일부 상승했지만 다음달부터 바로 감소세로 돌았다.

Chris Cuomo (CNN)

대표적인 방송사가 CNN이다. 저녁 9시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가 형 뉴욕주지사 앤드류 쿠오모의 성추행 사실을 비위하다 경질된 후 CNN은 시청률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또 9시를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당분간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멀티 앵커’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CNN에서 쫓겨난 쿠오모는 케이블뉴스 뉴스네이션(NewsNation)으로 옮겼다.

MSNBC도 마찬가지다. 이전 9시뉴스의 최고 강자였던 레이첼 매도우(Rachel Maddow)가 일일 진행을 중단하고 월요일 하루만 출연하기로 결정하자 나머지 시간은 시청률이 크게 하락했다.

Rachel Maddow (MSNBC)

화~금요일 대체 앵커 알렉스 와그너(Alex Wagner)를 투입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상대적으로 폭스 뉴스의 시청률은 괜찮은 판이다. 그러나 폭스 역시 상대적으로 호황일 뿐 상황이 좋지 않다.

[앵커는 디즈니랜드 투어가이드가 아니다]

대주주가 바뀐 CNN은 ‘중도 뉴스’로의 전환 요구가 더 거세다. 현재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물론이고 CNN의 새로운 CEO 크리스 리히트 역시, 자신들의 의견을 위주로 방송하는 ‘앵커 시스템’을 원하지 않는다. 일부 앵커와 기자들은 이에 동조하고 있다.  한 미국 지상파 앵커는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앵커는 디즈니랜드 투어 가이드가 아니다. 자신의 시각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Walter Cronkite (CBS)

물론 지금 앵커 시스템의 실패가 진보와 보수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과거 CBS의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나 에드워드 R 머로우(Edward R. Murrow)처럼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지금 앵커들에게는 안보이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미국 뉴스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안개 속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구독 경제, 빅테크들의 시장 잠식에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CNN의 ‘릴라어블 소스’의 경우 미디어의 미래를 자주 다뤘지만 정작 자신을 포함한 CNN의 앞은 내다 보지 못했다. 이에 현재 미국 뉴스룸 리더들은 과거 어느때보다 긴장 상태다.

MSNBC의 대표 라시다 존스(Rashida Jones)는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과의 교류가 여전히 가장 조심스럽다. (mega-cautious during rare interactions with journalists)”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보다 기자들의 불만과 요구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또 CNN의 새로운 리더 크리스 리히트(Chris Licht) 현재 미디어 지형을 늘 연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MSNBC & FOX NEWS & CNN

폭스 뉴스의 운영 원칙은 회사 수익 높이기(profit-driven strategy)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퇴임 이후 각종 소송 위협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루퍼트 머독의 아들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은 머독 가족과 2022년 1월 6일 미국 의회 난동사건을 사이 연관성을 제기한 호주 신문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미국 뉴스룸은 과도기에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사상 측면에서도 특정 진영에 기대야 하는 지 아니면 중도를 지켜야 하는 지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견해는 주는 시장이 건장한 ‘미디어 시장’이라는 점이다. 기계적인 균형보다는 설득력 있는 자기 주장이 스트리밍 시대에 더 맞을 수 있다. 이런 진실은 미국 미디어 시장과 뉴스 시장에도 마찬가지다.

JTBC 한정훈 기자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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