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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새로운 질서

JTBC 한정훈 기자 news@incable.co.kr

기사승인 2020.08.03  1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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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AMC 영화 극장 독점 개봉 기간 17일로 극적 단축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이 결국 영화 개봉 규칙도 바꿨다.

극장에 앞서 영화의 온라인 개봉을 강행해 갈등을 빚었던 NBC유니버설이 AMC와의 합의를 도출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과 NBC유니버설은 2020년 7월 28일(미국 시각) 영화의 극장 우선 개봉 기간(traditional film exhibition window)을 90일(일부는 70일)에서 17일로 파격적으로 단축했다.

NBC유니버설 등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들은 그동안 ‘극장(Theater)’에서 작품을 최소 90일 간 단독 개봉하고 이후 온라인이나 DVD에서 작품을 공개하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이 규칙은 60여 일 줄었다. AMC와 유니버설 간 양자 합의사항이지만 할리우드의 새로운 규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AMC는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합의가 주는 함의는 크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새로운 질서가 잡히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한 주요 영화

<극장 개봉 2주 이후 온라인 직행 가능>

이번 합의에 따라 NBC유니버설은 AMC 소유 극장에 최소 17일 동안 영화를 개봉한 뒤 스트리밍 서비스로 바로 작품을 유통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그동안 <트롤2(Trolls World Tour> 등에 시험했던 프리미엄 VOD(Premium VOD) 전략을 본격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VOD는 신작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대신, 기존 VOD 대비 높은 이용 가격이 특징이다. 물론 원할 경우 17일이 지난 뒤에도 극장에서만 독점 상영할 수 있다.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 대작은 극장 개봉 기간을 더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NBC유니버설 스튜디오는 <Fast and Furious>, <Jurassic World>,<Despicable Me>와 같은 인기 프랜차이즈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도나 랭클리(Donna Langley) 유니버설 영화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장 시청 경험은 계속해 우리의 핵심 사업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며 “이번 AMC와의 합의는 영화 배급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관객들의 요구와 기회에 유연성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상생을 위해 극장 독점 개봉 기간을 지키면서도 스트리밍으로 옮겨가고 있는 콘텐트 소비 트렌드에도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합의는 했지만 아직 언제 어떤 영화부터 이 원칙을 적용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여전히 미국 전역의 극장 체인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MC가 8월 중하순 극장을 다시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 시기에 개봉되는 영화들이 첫 적용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멈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유니버설도 오는 10월까지 극장 개봉 스케줄이 비어 있다. 니아 다코스타(Nia DaCostar)가 감독한 리메이크 작품 <캔디맨(Candyman)>도 이 시기에 극장 공개가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AMC와 유니버설은 수주일 내에 해외 배급과 관련한 협의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AMC는 중동과 유럽에도 스크린(Screen)을 보유하고 있다.

 

<극장 First 관행 수정 불가피>

AMC가 90일 원칙을 수정함에 따라 극장 업계의 관행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AMC의 경우 미국 전역에만 8,000여 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만큼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AMC의 라이벌인 2위 3위의 극장 체인 리걸(Regal)과 시네마크(Cinemark)는 현재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AMC를 따라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아트 영화 등 소규모 예산이 투입된 영화의 경우 짧은 극장 개봉을 마친 뒤 온라인 시장에서 바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인디 영화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새로운 콘텐트 유통 질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도 독점 공급 기간 단축은 희소식이다. 그동안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 개봉 시간을 최소화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빠른 수익을 올리고 싶어했지만 극장들의 반발이 거셌다. 극장들은 독점 개봉 기간을 몇 주 내로 줄일 경우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특히, NBC유니버설과 AMC는 영화 <트롤2(Trolls World Tour)>의 온라인 직행을 두고 큰 갈등을 빚었다. <트롤2>를 온라인에 개봉하고 다른 작품들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겠다고 하자, AMC가 만약 그럴 경우 모든 유니버설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한국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갈등하는 사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다.

때문에 극장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뛰어넘거나 기존 관행을 지키지 않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늘고 있다. <Trolls World Tour>로 유니버설이 앞장섰다. <트롤>은 스트리밍, 온라인 개봉을 통해 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후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The Lovebirds>를 넷플릭스에 공급했고 <The SpongeBob Movie: Sponge on the Run>를 극장이 아닌, ViacomCBS의 스트리밍 서비스 CBS All Access에 2021년 제공한다. 워너브러더스 역시, 애니메이션 영화 <Scoob>를 관계사인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서 서비스했다.

소니픽처스는 2차 세계 대전 잠수함 전투를 그린 영화(톰 행크스 주연) <Greyhound>를 극장이 아닌 Apple TV+에서 상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Netflix)도 만약 극장이 독점 상영 기간 단축에 동의한다면 극장과의 상생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The rishman> 개봉 당시, 45일의 독점 상영 기간을 제시했지만 극장들이 60일 이하로 줄일 수 없다고 버티기도 했다. 결국 <The Irishman>의 대규모 극장 개봉은 무산됐고 소규모 독립 영화관에서 26일 간 상영한 뒤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이렇듯, 영화 유통 구조가 바뀌고 점점 더 이탈이 심해지자 극장들도 원칙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AMC와 유니버설의 합의는 이런 환경 변화의 결과물이다. AMC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과도 같은 조건인 17일 독점 기간을 인정받는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AMC뿐만 아니라 다른 극장 사업자들도 독점 상영 기간 단축에 나설 경우 새로운 관행이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변화는 한국 등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가장 많이 시청한 오리지널 넷플릭스 영화

<그렇다면 PVOD의 미래는?>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단축했다고 해서 모든 영화들이 2주(17일) 이후 온라인으로 직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나 흥행작의 경우 기존 관행대로 극장 독점 개봉을 일정 기간 유지한 뒤 스트리밍 서비스나 온라인으로 상영 공간을 이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기간이 90일이 될지 아니면 17일이 될지는 시장만이 결정한다. 이 경우 현재 극장을 뛰어넘어(혹은 극장 단독 상영 기간 내) 서비스되는 PVOD(Premium) 콘텐트의 가격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PVOD는 극장용 영화 등이 스트리밍 시장에 조기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20달러 전후로 대여(7일간)되고 있는데 일부 소비자들은 이 가격이 비싸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강제로 90일 동안은 극장에서만 상영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희소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끼리 서비스 경쟁을 할 경우 PVOD가격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넷플릭스, HBO MAX 등 월 가입형 스트리밍 서비스가 공급하는 영화 수준도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PVOD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 월 미국에서 12.99달러를 받은 넷플릭스(Netflix)는 <The Old Guard>, <Extraction> 등의 영화를 최근 선보였는데 가장 많이 본 영화로 등극하는 등 작품 퀄러티가 매우 좋아지고 있다. 유니버설은 <Staten Island>를 극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보는 조건으로 19.99달러에 서비스했는데 유사한 내용과 배우가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인 <Palm Springs>는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에서 가입자들은 무료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에선 재미있는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TV 애플리케이션 추적 회사 TV타임(TV Time)이 미국 사용자 6,981명을 대상으로 ‘PVOD’의 가격 적정성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달러를 넘지 않았다. 현재 20달러도 비싸다고 보는 것이다. 장르별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는데 마블 등 슈퍼히어로 작품은 14.17달러, 애니메이션은 11.78달러가 평균 적정가격이었다. 반면, 예술 영화는 9.45달러, 어린이 가족 영화는 11.28달러가 평균이었다. PVOD의 고가 전략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JTBC 한정훈 기자 news@inc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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