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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상 유료방송 서비스의 몰락, 과연 코로나만의 문제일까?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기사승인 2020.05.13  14: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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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MVPD 2020년 1분기 가입자 감소

최근 미국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업 실적들의 공통점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이다. 특히, 미디어 기업들은 기업의 경제 활동 위축으로 광고 시장이 바닥을 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게다가 미국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방송 사업자들은 가입자 이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악화로 실직 위기에 처한 이용자들이 잠시 혹은 완전히 방송 서비스 구독을 중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기존 유료 방송을 위협하고 있는 대체재들도 유료방송에겐 악재다. 때문에 유료방송들의 생존 노력은 눈물겹다. 각종 프로모션은 물론이고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접촉 없는(touchless) AS서비스를 홍보한다. 지금 있는 네바다 리노(Nevada Reno)에서도 케이블TV회사 '스펙트럼(Spectrum)'은 최소 일주일에 2번 가량의 메일을 보내며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얼마 전엔 요청하지 않았는데 인터넷 속도 저하를 이유로 모뎀을 무상 교환해주기도 했다.

올해 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1분기 실적 특징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던 '가입자의 감소'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가상 유료 방송서비스(vMVPD)'의 몰락이다. 가상 유료방송서비스(vMVPD)란 인터넷을 통해 기존 케이블TV나 IPTV와 같은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엔 적은 비용으로 필수 채널을 고급한다는 의미로 스키니 번들(Skiny Bundle)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실시간 방송 채널들을 스트리밍(Streaming)한다고 해서 실시간 스트리밍 TV서비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vMVPD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유튜브TV, 슬링TV(Sling TV), 훌루+라이브TV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방송 플랫폼 사업자도 계속 감소하는 가입자를 잡기 위해 vMVPD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AT&T의 AT&T TV NOW가 그렇다. 이들은 급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경쟁을 위해 vMVPD를 내세운다. 가격도 기존 방송 서비스에 비해 절반 정도(40~50달러)에 불과해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유료방송에서 옮겨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유료방송 시장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대부분의 메이저 vMVPD의 가입자가 줄었다. 미디어, 영화 전문 버라이어티(Variety)에 따르면, 1분기 가입자는 지난해 4분기 대비 90만 명이 줄었다. 지난해 말 서비스를 접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Playstation Vue의 가입자 50만 명을 포함한 숫자지만 추세적인 감소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분위기는 우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에도 50만 명 내외의 가입자 이탈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Hulu+의 가입자가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디즈니가 경영권 인수 이후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후광을 입은 덕이 컸다. 디즈니는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ESPN+, 훌루(Hulu) 등을 묶어 12.99달러(월)에 제공한다.

그렇다면 한 때 유료방송을 대체할 정도로 기세를 올리던 vMVPD의 침체 이유는 뭘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거의 모든 유료 방송의 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vMVPD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격’이다. 현재 기존 vMVPD의 월 이용 가격은 40~50달러 정도인데 미국 케이블TV 등 미국 유료방송 이용료(월 100달러 수준)의 절반 수준이다. 지금으로선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문제는 이용료가 최근 매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vMVPD 평균 비용 현황

vMVPD의 가격 인상 이유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채널 추가다. 경쟁사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vMVPD는 스포츠 등의 신규 채널들을 추가하면서 채널 사업자에게 이용료를 지급하는 금액이 늘었다. 사업자 입장에선 이 금액을 이용자들에게 다시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2015년 론칭한 슬링TV는 처음엔 15개 내외의 필수 채널을 공급하는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로 한 달 20달러만 받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경쟁을 거듭하면서 채널이 늘어나 최근엔 90개 이상 제공하는데 가격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또 다른 vMVPD인 후보TV(Fubo TV)도 최소 채널 공급이 100개 이상 되는데 제공 가격도 급증하고 있다. 때문에 일반 유료 방송의 절반 이하였던 vMVPD의 이용요금은 최근 3분의 2선까지 올라왔다. 가장 큰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TV(Youtube TV, 일반 유튜브와는 다르다.)도 ViacomCBS의 채널 15개를 추가했는데 월 이용료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기존 케이블TV방송과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평균 vMVD의 이용 가격은 60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다. 굳이 vMVPD를 가입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차라리 훨씬 더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콘텐트를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입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이들 서비스에는 라이브 채널은 없지만 미국에서도 라이브 채널(Live Channel)의 경우 직접 수신으로 보는 시청자도 늘고 있다.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코드 커팅(Cord-Cutting)의 대안으로 내세웠던 vVMPD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 가장 초초한 진영은 바로 기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다. 저렴한 가격과 실시간 스포츠 채널, 뉴스 채널 등 기존 방송 플랫폼의 장점까지 유지했던 vMVPD는 그동안 이들 사업자들에게 케이블TV, IPTV 등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잡기 위한 훌륭한 틈새 서비스였다. 그러나 그랬던 서비스가 이제 힘을 다하고 있는데 이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전통 방송 서비스에서 방송 가입자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도 vMVPD를 어렵게 하고 있다. 프로리그 중단으로 스포츠 경기 중계가 중단된 상황이 가입자 감소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등 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vMVPD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vMVPD 평균 비용 현황

이 위기를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 때문에 vMVPD가 다시 성공하기 위해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슬링TV가 20달러 내외의 저렴한 서비스로 시청자들의 기본 욕구를 채워줬던 그 당시로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스키니 핵심 번들(skinny essential bundles)은 플랫폼을 살릴 ‘코로나바이러스 번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저가 구도의 고착은 또 다른 어려움을 주겠지만 생존을 위한 어떠한 방법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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