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미국 지역 방송의 합종연횡...지역성은 지켜질 것인가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기사승인 2019.10.30  16:55:29

공유
default_news_ad1

매년 10월 말이 되면 미국은 할로윈(Halloween) 준비로 바쁘지만, 여기 네바다(Nevada)에선 기념해야 할 또 다른 날이 있다. 바로 네바다의 날(Nevada Day). 날짜도 공교롭게 할로윈과 같다.(10월 31일) 네바다의 날은 네바다가 남북전쟁 당시, 처음으로 유니언(미연방)에 가입한 1864년 10월 31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네바다는 유니언(Union)의 일원으로 남북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31일이 진짜 기념일이지만 통상적으로 네바다에선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네바다의 날로 정해 공휴일을 갖는다. 이날은 네바다 지역에선 각종 행사가 벌어지는데 주도(The Capital of Nevada)인 카슨(Carson City)에서 개최되는 퍼레이드(Parade)가 가장 볼만하다. 퍼레이드에는 네바다를 기념하는 각종 분장을 한 사람들로부터 군인, 경찰, 선생님 등 네바다에 살고 봉사하는 다양한 주민들이 등장한다. 현장 음악 연주와 공연도 이뤄지고 사탕을 공짜로 나눠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아주 인기가 높다. 네바다 퍼레이드는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중계됐고 애플TV와 로쿠TV박스 같은 스트리밍 TV박스에서도 볼 수 있었다.

네바다의 날 당일 새벽 현장 중계 모습


네바다의 날 열기는 또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지역 TV 채널과 매체들의 취재 보도 열기다.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날인만큼 지역 언론사들은 이날을 전후 최소 2주일 이상은 네바다의 날의 의미와 벌어지는 행사 등을 아주 자세하고 상세하게 보도한다. 퍼레이드 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카슨시티에서 벌어진 퍼레이드에는 네바다 지역의 모든 지역 매체가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취재에 대한 열기가 뛰어났다.

네바다 퍼레이드에 취재 차량도 직접 참가했다.

미국은 이렇게 지역 행사가 있는 날이면 지역 매체들의 뛰어난 활약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들은 항상 어렵다. 한국보단 상황이 좀 낫지만 미국도 마찬가지다. 구글, 페이스북 등 IT대기업들이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방송 시장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는 지금은 더욱 힘들다.

그나마 뉴욕, LA 등 대도시는 상황이 좀 낫다. 그러나 인구 10만~30만 사이의 지역 기반을 가진 소도시 지상파 방송사들은 생존의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그래서 최근 미국 소도시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 사이에서 인수합병(M&A)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일부 지역 방송 오너들은 지역의 방송사들(small-town airwaves)들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방송 규제 당국이나 케이블TV 등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거대한 지역의 독점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이유다.

현재 미국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의 지역 방송 소유 제한 규칙(The Local Television Ownership Rule limits)에 따르면 시청 점유율(Based on Audience) 1위 TV방송국(4위 이내)은 같은 지역 내에 다른 방송국을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1위가 아니라도 해도 한 사업자가 보유할 수 있는 지역 TV 방송국의 수도 2개로 정해져있다. 물론 규제는 저출력 TV가 아닌 정격 출력 TV방송국에 한 한다. 전국TV권역에선 한 사업자가 전체 미국 TV시청 가구(TV household)의 39%를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라디오와 TV를 교차 소유하는 경우에도 지역 내 전체 방송국이 20개가 넘는 경우에 한해서만 한 사업자가 가질 수 있는 채널은 TV 2개, 라디오 6개로 복수 소유 규정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최근 예외들이 생기고 있다. FCC는 웨스트버지니아 파커버그(West Virginia), Parkersburg), 미시시피 그린빌(Mississippi Greenville)과 같은 미국 시골 지역에 이런 소유 규제 원칙을 무시하고 지역 방송국 간 M&A를 허용했다. 지역 TV방송 시장 경쟁 상황이 바뀌었고 온라인으로 광고 쏠림 현상이 가속화돼 광역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또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주 Sioux Falls 지역에선 그레이 텔레비전(Gray Television)이 이미 시청 점유율 2위 방송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점유율 3위 방송사를 인수하는 것을 승인하기도 했다.

조지아 애틀랜타(Atlanta, Georgia)에 본사를 두고 있는 Gray Television은 145개의 지역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 미디어 그룹이다. 이에 대해 프랭크 팔론 미 하원 에너지상임위원회 의장과 마이크 도일 통신분과 상임위원장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FCC가 법치주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림 아지타 파이 미국 FCC의장, 출처 홈피

현재 FCC 의장인 아지타 파이(Ajit Pai)의 경우 대표적인 소유 규제 완화 주의자인 만큼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빈번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FCC는 이번 기회에 미디어 소유 지분 제한 규정을 일부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소출력 방송국(low-power)과 멀티채널 방송국에 대해선 소유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FCC는 이미 상당수의 미국 지역 방송이 2개 이상이 대형 채널을 방송하는 멀티채널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미주리의 St. Joseph 지역의 경우 News-Press & Gazette이 신문뿐만 아니라 CBS, FOX. NBC 지역 네트워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이 곳은 최근 ABC방송국도 인수하려다 FCC의 제재를 받았다. 데이비드 브래들리(David Bradley) News-Press & Gazette CEO는 "생존을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M&A에 대해 지역 방송사들은 디지털의 확산과 스트리밍 사업자의 등장으로 지역 내에서의 방송사의 독점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이에 인수합병은 디지털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지역 매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역채널의 광역화를 꺼리는 눈치다. 아무래도 방송사들이 뭉칠 경우 재전송료 인상 요구 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역 방송사들은 통합될 경우 더 많은 네트워크 뉴스와 지역 뉴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뉴스의 광역화다.

이번 가을, 지역 방송사의 인수 합병과 관련한 싸움은 더욱 뜨거워지고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는 위성방송 사업자가 지역 지상파를 다른 지역에 재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도입을 두고 이해 당사자 간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다만,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지역 방송사 소유 지분 제한 완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실제 법 개정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NCTA, 미국 텔레비전 연합(American Television Alliance) 등 방송 플랫폼 사업자 협회는 지역 방송사의 확장을 용인할 경우 힘의 균형이 방송국에 쏠려,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재전송 갈등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채널들의 통합에 힘이 실리는 논리가 있다. 바로 제대로 된 ‘지역성의 구현’이다. 과거엔 통합으로 인한 광역화가 지역성을 퇴색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지역 보도를 살리는 길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지역에 대한 열정적인 취재다.
 

JTBC 한정훈 기자 han.junghoon@jtbc.co.kr

<저작권자 © 인사이드케이블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